국내 1위 임플란트 전문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과연 1980억 원이라는 큰 돈을 어떻게 팀장급 직원이 빼돌릴 수 있었던 걸까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50억부터 마치 간을 보듯 시작해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는지 살펴본 뒤 더 대담하게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재무관리팀장은 어떻게 1,880억원을 빼돌렸나?
회삿돈 1980억 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 씨가 회삿돈을 빼돌린 건 지난해 3월 시작됐습니다.
한 번에 50억 원씩 두 차례에 걸쳐, 100억 원을 회사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옮긴 겁니다.
하지만 회사 측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없었고, 이후 이 씨의 회삿돈 출금액은 급속히 불어났습니다
다섯 차례 나눠 450억 원을 빼내더니 지난해 10월엔 1430억 원을 한 번에 출금한 겁니다.
이 씨가 50억 원씩 두 차례 빼내면서 회사가 알아채는지 확인해 봤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씨는 이 100억 원을 자신의 계좌에서 회사 계좌로 다시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회삿돈이 비어있는 걸 이 씨가 잠적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1일에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무팀에서 매일 올리는 잔액증명서가 모두 위조돼 있어 파악이 늦었다는 겁니다.
◇ 경찰, 이씨 구속영장···직원 2명 공범여부 조사도
일각에서는 회사 윗선 개입이 있거나 공범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씨에 대한 경찰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7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씨와 함께 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직원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재무팀 직원들은 재무팀장인 이씨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이씨의 지시를 받아 회삿돈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잔액증명서 위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공범 여부와 관련,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회사가 '이씨의 단독범행이다, 아니다'라고 얘기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아직 찾지 못한 금괴 등 나머지 횡령 자금을 추적한다는 방침입니다.
◇ 최규옥 회장 등 사내 윗선 지시 의혹도 제기
이씨의 범행 과정에서 최규옥 회장 등 사내 윗선의 지시와 개입, 묵인 등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이씨의 변호인은 SBS 인터뷰에서 "횡령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며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건넸다고 이씨가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조사 이틀째인 이날도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호인은 취재진에 "(윗선 지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이씨가 언론사와 아예 접촉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측은 윗선 지시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허위주장"이라며 "해당 허위사실을 진술한 횡령 직원과 그의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하는 방안을 법무법인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횡령 자금 사용에 드는 두가지 의문...경찰 행방 추적중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이씨가 사들인 1kg 금괴 851개(시가 기준 680억여원) 중에서 497개는 현장에서 압수됐지만 나머지 354개(280억여원)는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으로 동진쎄미켐 주식 매매 손실액(약 300억원), 주식계좌 동결금(251억원), 현금 압수액(4억3,000만원) 등을 고려해도 최소 수백 억원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셈입니다.
이 씨의 횡령 자금 사용 방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진쎄미캠이란 회사 주식 1천400억 원어치를 사들여 '파주 슈퍼개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신상정보가 공시돼 주목받는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데,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빼돌린 돈으로 총 581kg에 달하는 금괴 851개를 산 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숨겨놓기도 어렵고, 도피할 때 들고 다니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금괴 497개만 발견됐는데, 나머지 351개가 어디로 갔는지도 수사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변호인은 SBS 인터뷰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를 받고 횡령했고 금괴 일부를 회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스템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 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이씨가 횡령금을 부동산 차명 매입에 활용한 정황도 파악돼 경찰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씨는 아내 등 명의로 경기도 소재 상가, 오피스텔 등 수십 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씨가 분산 송금해 빼돌린 회삿돈을 현금화하거나 수표로 발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나머지 피해금을 회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범행을 공모한 공범이 있는지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오스템임플란트 거래 중지...피해규모는?
대규모 횡령 건이 발생하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거래소는 오는 24일 안으로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관심은 거래재개 여부 및 그 시기로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됩니다. 하지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경우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오릅니다. 기심위는 기업들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곳으로 회사의 상황에 따라 상장폐지 혹은 개선 기간 부여를 결정합니다. 개선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주어집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자들의 피해는 확산할 전망입니다. 작년말 기준 소액주주는 1만9856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까지 합치면 투자자 규모는 더 커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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