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잠든 사이 휴대전화를 잠금 해제해 주변 여성들과 나눈 메시지를 열어보고 사진을 찍은 3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남신향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2020년 1월 초,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세 달 정도 사귄 사이였습니다.
유럽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숙소에 머무르며 술을 마셨습ㄴ다. 밤늦은 시각 남자친구 B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고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A씨에게 보여주다 술기운에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남친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계속 구경하던 A씨는 사진앨범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사진을 발견하고 급기야 남친의 카카오톡 앱을 몰래 켰습니다. 그 뒤 남친이 다른 사람 4명과 주고받은 채팅방을 뒤졌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대화내역을 촬영해뒀습니다.
A씨는 이후 남친이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추궁하면서 휴대폰 속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증거로 내밀었습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교제관계는 여행 중 끝났고 A씨는 남친에게 고소를 당해 송사에 휘말리고 맙니다.
재판에 앞서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던 A씨는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 측은 당시 행동에 대해 "형사고소를 위한 증거를 수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형법상 '정당행위'임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형법 20조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누구든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상 '정보통신망'에는 카카오톡 채팅방도 포함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월 2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뒤 불복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재판을 열고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적인 영역에서 개인 간 대화한 내용이 의사에 반해 촬영될 것이라는 염려 없이 대화할 자유는 쉽게 제한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적 영역에서 이뤄진 메시지를 임의로 열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몰래 피해자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하고 이를 촬영한 것을 두고 그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다거나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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