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학생 손정민 실종 사건, 합리적 의심은 있지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서울 한강 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 씨의 장례식이 5월 5일 치러졌습니다. 한강 대학생 손정민 씨 사망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고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한강 대학생 손정민 사망 사건의 논란과 쟁점을 알려드립니다. 

 

1. 사건 개요

 

손정민씨는 4월 24일 오후 11시경, 친구를 만난다면서 집 근처에 있는 반포 한강공원으로 향했고 실제로 친구 A 씨를 만나서 술을 마셨지만 다음날 종적이 묘연해집니다. A 씨가 4월 25일 새벽 3시 30분경, 자신의 부모와의 통화에서 손 씨가 취해서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이후 다시 잠이 들었다가 한 시간 뒤 일어났는데 손정민 씨가 보이지 않아 먼저 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오전 4시 30분경 반포 나들목 CCTV에 A씨가 공원을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이후 A 씨와 A 씨 부모가 다시 반포 한강공원으로 돌아가 손정민 씨를 찾는데, 정작 손정민 씨 부모에게는 오전 5시 30분경에 연락을 합니다.

 

손정민씨의 시신은 닷새 뒤인 4월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 장소 부근에서 발견됐습니다.

 

 

2. 손정민 씨 아버지가 제기한 의혹들

 

손정민 씨 아버지는 아들 사망에 대해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A씨가 손정민 씨 부모에게 연락한 시점입니다.

손정민씨 아버지는 "A 씨가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 손정민 씨가 없으면 바로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라고 본다"라며 "동선상으로 A 씨가 오전 4시 30분 집으로 가는 동영상, 다시 택시를 타고 A 씨 부모님과 한강변으로 같이 온 이후 A 씨가 손정민 씨 부모님에게 연락을 한 과정이 문제라고 본다"라고 했습니다.

 

A 씨가 당시 신고 있던 신발을 버렸다는 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했습니다.

A 씨 진술에 따르면 "손정민 씨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뛰어 이를 잡다가 넘어졌고, 신발과 옷이 더러워져 신발을 버렸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손정민 씨 아버지는 "과연 이 장소가 신발이 더러워질 만큼, 세탁하지 않고 버릴 만큼 더러워질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손정민 씨와 A 씨의 휴대폰이 바뀐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게 유족의 생각입니다.

손정민씨손정민 씨 아버지는 오전 3시 30분에 손정민 씨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고, 둘 다 자고 있었으니 휴대폰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며 '왜 휴대폰이 바뀌었는데 A 씨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고, A 씨가 왜 손정민 씨의 휴대폰을 가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왜 '신발을 버렸다'라고 했을까

손정민 씨 아버지가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은 '신발에 뭐가 묻어 있었는지 보여달라'는 말에 A 씨가 단번에 "버렸다"라고 대답한 점입니다.

 

손정민 씨 아버지는 "오전 3시 30분 손 씨가 옆에 있는 걸 알고 한 시간 뒤인 오전 4시 30분에 깼는데 손정민 씨가 없었다면 본능적으로 친구가 어디 갔는지 전화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A 씨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친구가 실종된 상황인데 아무리 옷과 신발이 더려워졌다고 해도 그걸 버리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가 실종된 상황이라면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우선인데 손정민씨 아버지는 손정민의 가장 친한 친구인 A 씨가 친구와 같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더욱 의심이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손정민 씨 아버지가 제기한 네 가지 의혹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들입니다.

특히 친구 A 씨의 행적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벽 2시 반 이후의 상황을 A 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목격자와 CCTV 분석을 통해 증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 손정민씨 휴대전화 포렌식

 

경찰은 친구 A 씨가 소지하고 있던 손정민 씨 휴대전화가 5월 6일 포렌식 자체는 완료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포렌식이 완료되어도 분석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경찰은 분석작업에 집중하고 있고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손정민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해야 할 이유는 내역을 통해서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내용과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사건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손정민 씨의 평소 일상과 생각,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사건 당시를 재구성할 수 있고, 피해 사실과 관련된 단서들을 하나하나 모아나갈 수 있는 작업입니다.

 

 

4.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정민 씨의 휴대전화라기보다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유일한 중요 참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 A 씨의 휴대전화입니다.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는데 경찰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지속적으로 친구 A 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서 아이폰 휴대전화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일련번호 상 모두 친구 A씨 휴대전화는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황입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서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8 스페이스 그레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상황이고 현재 친구 A 씨가 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것은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위치가 포착된 시점이 한강공원 일대인 것으로 보이고 있고, 그렇다면 한강공원 일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전화가 바뀌었다면 바뀐 경위에 대해서는 참고인 A 씨를 통해서 충분히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데. A 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아주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참고인 진술 확보에 상당한 난점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5. 손정민 씨 부검서 익사 흔적 없다면 수사 속도 붙을 것

 

손정민씨 시신 부검 결과도 중요합니다. 손정민씨가 물에 빠져 사망했는지, 죽은 상태에서 한강에 들어갔는지 아는 것인데, 만약 익사의 흔적이 없이 물 바깥에서 사망했다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체가 사망한 상황에서 물 안으로 들어갔으면 피의사실로 전환할 수 있고 사체 은닉이 되고 사체 유기가 돼 그때부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6. 합리적 의심은 있지만 단정 짓기는 어려워

 

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검찰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진정서를 낸 이유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하다, 특히 압수수색도 필요한데 진행이 안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하지만 경찰측은 현재 손정민 씨 사망 자체의 원인을 모르니까 범죄가 되어야 수사를 하는 것이고 수사는 객관적 사실이 발견되어야 그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당연히 손정민씨 아버님의 입장에서는 A씨가 휴대폰을 집에 숨기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데 수사를 담당하는,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는 지금 범죄가 없는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이 강제 수사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피의 사실이 발견되어야 하고, 그 피의사실은 부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타 여러 가지의 정황 증거, CCTV나 손정민 씨 휴대폰 포렌식에서 나왔을 여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충분히 이게 사고사라는 정도의 개연성이 만들어지면 바로 수사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5월 11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한 매체가 '경찰이 손 씨 사망과 친구 A 씨의 행동을 직접 연관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링크하며 "이렇게도 의혹이 많은데 연관 지을 수 없다니. 내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다는 사람들이... 연관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그런 근거를 제게 얘길 해주던지"라고 말했습니다.